BLOG ARTICLE 쓰다/검고깊은바닥까지 | 4 ARTICLE FOUND

  1. 2014.06.13 # 아빠와 나와 이선희
  2. 2012.08.01 # 아빠와 나
  3. 2012.06.13 # 불안
  4. 2012.06.13 출사표

 

아빠는 이선희를 좋아한다고 했다. 아빠는 이선희의 노래도 좋아했지만 이선희도 좋아해서 엄마에게 그 같은 단발머리를 몇번이나 권했다고 했다. 엄마는 이 이야기를 몇번이나 했고, 언젠가는 아빠 앞에서 이 이야기를 하며 아빠를 흘겨본 적이 있다. 나는 그때 어렸음에도 좋아하는 여가수의 머리를 권하는 아빠의 행동이 퍽 우습다고 생각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를 흘기면서 이야기하는 엄마와 못들은 척 웃어 넘기는 아빠의 모습은 오랫동안 내 마음 속에 남았다. 그 장면을 떠올리면 마음 한쪽이 아련해졌고, 가끔 검은 단발머리를 볼때, 이선희를 닮은 고모 만났을 때, 이선희의 노래를 들을때마다 그랬다.

 

그래서 이선희의 신곡을 꼼꼼히 듣고 정말 좋다고 느꼈을 때, 아빠 생각이 났던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안방에 있는 -보통의 스피커와는 다르게 음역대 별로 다른 소리를 낼 줄 안다는- 아빠가 애지중지하는 아주 오래되고 커다란 스피커로 함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좋은 소리를 아는 아빠와 함께 좋아할 수 있는 음악을 듣는다는 건 아주 좋은 생각이고, 적어도 내 인생에 썩 괜찮은 한장면을 기록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집으로 가는 내내 그 음악을 듣고 있으면서도 함께 들을 음악 생각에 마음이 벅찼다.

 

아빠와 나와 음악사이에는 또 다른 추억도 있었다. 중학교에 올라가 처음 맞은 생일 나는 간절하게 핸드폰을 바라고 있었고 용기를 내어 그 사실을 이야기하자 한번도 그런적이 없는 아빠가 선물을 사러 나갔었다. 얼굴이 아플정도도 찬 바람이 부는 겨울 밤이었다. 밤 늦게 나가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는 아빠가 걱정되기도 했고, 그 이유가 핸드폰에 개통에 걸리는 시간이라는 생각에 내 기대를 키워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한참이지나 돌아온 아빠는 나에게 이소라 베스트 앨범을 건냈다. 이소라가 얼마나 대단한 가수인지 아빠가 이야기 하는 동안 나는 포장조차 되지 않은 씨디를 실망감을 감추는데 애를 썼다. 그때 나는 그때 핸드폰을 가지고 싶고 아이돌을 좋아하는 소녀였고, 내가 이소라를 정말 알고 좋아하게 되는데는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지만 나는 이제 아빠가 그토록 찬사하는 이선희를 듣는 어른이 된 것이다. 그 사실이 날 기쁘게 했다. 아빠가 변하고 내가 변했지만 음악을 듣는 4분 정도는 친밀한 감정을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런게 음악이고 나는 이제 아빠와 같은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까.

 

오랫만에 방문을 두드리고 문을 열었을 때, 아빠는 빨간 눈을 하고 나를 맞았다. 걱정이 됐지만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나 술에 취한 아빠는 이선희를 좋아했었는데 뭐 그정도는 아니라고 얼버무렸다. 언제나 내 이야기에 흥미를 보이지 않았던 것처럼, 이선희에게도 반응하지 않았다.

 

대신 스피커 이야기를 하시는 듯 하다가 언제나 그래왔듯이 아빠가 얼마나 잘 나갔는지를 늘어놓았다. 당신이 고등학생이던 때는 지금 같은 엠프가 없어 음향효과 연출이 어려웠는데, 문학의 밤 행사에서 누구도 감히 생각하지 못한 효과를 연출해낸 아빠와 그에 놀란 친구들 사이에서 화재가 되었던 이야기, 인쇄기는 커녕 단색 컬러로 작업하던 시절에 수동으로 풀 컬러 초대장을 만들어낸 이야기. 그건 모두 내가 외울만큼 들어온, 끝없이 이어지는, 모두를 놀라게 할만큼 대단한 아빠와 그에 환호하는 사람들이 있는 과거의 이야기였다.

 

아빠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노래를 들으면서 아빠가 음악에 대한 조예와 음향에 대한 지식을 무작정 늘어놓더도 그 4분간 나는 행복하게 대답할 것이고, 또 그럴 수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그 결심이 얼마나 하찮았는지 깨달았다. 다행스럽게도 이제는 이런 상황에 크게 마음 아프지 않았다. 

 

나는 적당한 시점에서 끝이나지 않을 아빠 이야기를 끊고, 아빠가 하던 이야기의 이어질 다음 내용을 대신 말했다. 수십번쯤 들은 매번 다른 그 이야기를 내 입으로 정리하고 그 자리에서 돌아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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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을 기억하면 집안 공기가 떠오른다. 계절은 늦 여름이나 가을 즈음 같았고 저녁 시간에 불을 켜지 않은 집안은 어둑어둑 해졌다컴컴하면서도 붉은 기운이 맴돌던 좁은 부엌에서 밖으로 나있는 창을 내다보았다면 타는 듯이 지는 노을을 볼 수 있었을 테지만 기억 속의 나는 창 밖을 내다보지 않았다. 나는 노을을 볼 여유가 없었다. 이제 와서 생각하면 형광등을 켤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던 것 같아.


나는 아직 학교에 들어 가지 전이었고, 내 동생은 나보다 어렸다.


엄마가 왜 아팠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갑자기 쓰러져서는 온 몸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방에서 앓고 있는 엄마 곁에도 가지 못하고 방문 밖, 부엌에서 겁에 질린 동생과 앉아 있었다. 집이 좁았다. 엄마의 신음 소리만 들리는 어두워진 거실에서 겁도 먹지 못하고 꼼짝 없이 앉아 있으려니 다른 세계라도 온 기분이었다.


옆에 오지 못하게 하던 엄마가 나를 불렀다. 몸이 굳어가다 못해 손가락이 안으로 곱아 갔다. 엄마에 지시에 따라서 주변의 수건과 동생의 천 기저귀를 말아, 엄마에 손에 억지로 쥐였다. 양손으로 간신히 엄마의 곱은 손을 펼치는 게 쉽지 않았다. 침착해야 한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다. 울었거나 겁먹었던 기억은 없다. 그냥 엄마의 곱은 손을 펼치는 게 너무 힘에 부쳤다. 다시 한번 숨을 들이키고 침착해지려고 애를 썼다

 

엄마는 구급차를 부를지언정 아빠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명확하지 않은 기억에 고비를 넘기고서야 아빠가 들어왔다. 이전에 이런 일이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아빠를 보고 안도하지 않았던 것을 확실하다. 아빠는 작은 부엌 창 옆에 있던 현관문으로 들어와서는 평소처럼 행동했다. 구두를 벗고 집으로 들어와서 천천히 넥타이를 끌렀다. 옷을 갈아입는 내내 엄마가 앓는 소리를 하자, 무심하게 "아픈 티 내지 말라."고 말했고, 엄마는 대답도 없이 앓았다.

 

아빠는 앓아 누운 엄마가 보기 싫었는지 저녁도 먹지 않고 나갔다. 아빠가 다녀간 집에는 형광등이 켜져 있었을 뿐 달라진 게 없었다


그냥, 혼자서 열이 심해서 잠이 들도 또 잠이 들다가, 문득 그 때 생각이 났다. 


어쩌면 내가 자주 그리고 또 많이 아플 때 엄마가 내게 보인 행동들은 저 모든 일이 마음에 남아서 생긴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와 한 집에 살 때,  아픈 내게 짜증과 화를 냈던 엄마와  결국은 엄마가 있는 집에 친구가 와서 죽을 끓여줬던 기묘한 일을 나는 기억한다. 이 서러운 기억은 새벽마다 쥐가 나는 내 다리를 주물러서 깨워주던 다정한 엄마와 늘상 부딫혀서 날 혼란스럽게 한다.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다. 엄마는 왜 그렇게 아픈데 아빠에게 말하지 않았을까? 아빠는 왜 그렇게 앓아누운 엄마에게 남보다 못한 태도를 보였을까? 그런 일이 있고나서 왜 엄마는 아빠에게 화를 내지 않았을까?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다. 만약, 아빠가 아픈 엄마를 위해 달려왔다면, 엄마를 간호하고 위로하고 구급차를 불러줬다면 과연 어린 나는 아빠를 보며 안도하며 울며 안길 수 있었을까? 아니면 엄마가 나중에라도 아빠에게  정당하게 분노하고 요구했다면 나와 아빠와 엄마는 많이 달라졌을까? 


그래서 나도 지금보다는 더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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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애인은 내게 참 잘해준다. 이젠 애인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우린 잘 어울리니까!'라는 말이 내 입에서 장난처럼 나오는데,  순간들을 보면 참 신기하고, 그 신기함이 더 없이 즐겁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구나, 그리고 그 사실을 편안하게 시인할 정도로 안정감을 느끼고 있구나.'를 단번에 느끼게 해주는 그 장난은 언제나 즐거워서 아무것도 모르는 소녀처럼 꺄르르 웃고 싶은 기분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불안하다.

그리고 내 불안은 두려움에서 기인한다.

 

 

첫사랑을 앓았다. 처음으로 내 세상이 타인으로 인해서 재구성 되어서 온전히 다른 세상에 살아보았고 그 세상이 산산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 붕괴는 상대 쪽에서부터 일어났는데 감정이 없는 지겨워하는 눈빛 앞에서 나는 쩔쩔매며 울기만 했다. 그 기간이 너무 길어서 만신창이가 됐다.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내가 기억하는 건, 우리의 마지막 순간에는 ''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라 그저 추측했다. 아마 내가 상대를 너무 좋아한 탓에 이 모든 문제가 생겼을 거라고. 내가 너무 좋아한 탓에 나는 나를 잃고 당신은 나를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는 거라고.

 

 한번, 다시는 한국에 다시는 오지 않게 될 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기적 같은 일이었다그런데 어느 날 나를 보며 미래를 이야기하던 사람이 갑자기 낯빛을 바꿨다. 나에게 어떤 해명도 해주지 않았다나와 당신의 공간이 갑자기 타인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당신을 잃은 나는 모두에게 공공연히 매장 당했다. 그리고 끝까지 나는 어떤 이유도 알 수 없었다. 다만 당신은 나를 탓했다. "너에게 실망했다." 그 한마디만 내게 남았다나는 빈손으로 그곳을 떠났다. 나를 지키려면 그래야 했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당신도 그렇게 나를 버릴까 두렵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 내 등뒤에서 불행이 습격할 것만 같아서 두렵다. 사랑이 내 애정과 노력에 항상 부응해주는 것이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배운 나는 늘 노력하면서도 무력하다, 그 모든 불행의 원인은 나라는 것, 원흉인 나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고 또 아무도 남지 않으리라는 것이 두렵다.

 

 

게다가 내 예민함과 극단이 날 불편하게 한다.

예민하다는 것은 일반적인 사람들의 반응과는 다른 반응을 의미하는 것 같다. 다른 것에 매력을 느끼고 같은 것에 반응하지 않는 것. 내 취향도, 내 망상도, 내 연애도. 순간순간 생각한다. 내가 당신을 얼마나 폭발적인 마음으로 사랑하고, 그래서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지 말한다면 기겁해서 달아나지 않을까? 달아내지 않더라도 지금 당신이 나를 바라보는 것처럼 예쁘고 사랑스런 눈으로 보아줄까? 어쩌면 나는 내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이'라는 자신이 없나 보다. 

 

불안이 돋으면 나는 예민해진다. 당신을 만나자마자 표정을 살핀다. 여전히 당신의 눈빛이 나를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있는지, 오늘도 내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다고 말하며 입맞춰줄 건지, 그걸 살피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그 모든 감각을 세운다. 조금이라도 다른 당신이 감지되면 그 원인이 피로인지 업무인지 알기 전까지는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다. 또 나쁜 버릇이 돌아오려고 한다. 아직 내 몸을 원하면 나를 원하는 게 아닐까 하는 데까지 생각이 다다르면 그런 내 자신 너무 불쾌해서 기분이 나락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불안을 당신에게 말할 수 없으니 티 내지 않는다.

 

당신이 더 이상 나를 사랑스럽게 봐주지 않는다면, 나는 당신을 얼마나 기대했는지 말할 수 없게 되고, 그러면 차근차근 내 마음을 회수해야 한다. 아프겠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어쩌면 변한 당신이라도 가지고 싶게 될지 모른다. 그게 두려우니까. 먼저 알아채고 자리를 피해야 한다.

 

나는 매번, 그리고 매일 여전히 당신의 얼굴을, 목소리를 살핀다무엇이 가장 불안하느냐면 이 모든 것을 품고 있는 내가 너무 불안하다. 이 모든 것을 하루에도 몇 번씩 느끼면서 당신 앞에서 웃고 있는 내가 너무 불안하다. 내가 생각하는 내 불안은 이런 것들.

 

 

 

 

믿을 수 있는 것은, 당신이 말했듯 지금까지 보여준 당신은 갑자기 변할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일지라도 사랑해주겠다는 그 말들. 불안을 해결할 수는 없지만 팔을 길게 뻗어서 저만큼 밀어낼만큼의 힘을 준다. 그렇게 조금씩 불안을 밀어내면서 시간이 흐르기를 지금은 그것만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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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기적이라서

결국 내가 가장 관심이 있고 잘 아는 건 내 자신이니까, 하고 싶은 말이 가장 많은 건 내 자신에 대해서니까, 내 이야기를 실컷 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문득 내와 닮은 타인을 나에게 비추어 볼 수 있다면 타인이 또 다른 타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그래, 누가 관심을 가져야만 떠들 수 있나?

어제 본 영화의 주인공 말처럼 "나는 계속 이야기 할 거다."

누군가가 듣던지 말던지 궁금해하던지 말던지, 나는 여기에 있으니까 이야기 하겠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자기소개서를, 회고록을, 자기개발서를, 사용설명서를 나는 여기에 쓰겠다.

 

검고 싶은 내 심연의 바닥까지, 성찰하며 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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