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마음 속에는 사랑받고 싶은 나와 그런 내 모습을 온전히 보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공존하고 있다. 왜냐면 우리는 내 전 존재를 온전히사랑받고 싶은 욕망을 지닌 사람이고, 그럼에도 그런 나를 보이기엔 너무 위험한 세상에 살고 있으니까.

 

 


 

<오싹한 연애>이런 이야기에 딱 어울리는 로맨스 영화다. 사전정보 없이 봤던 영화임에도 내자 좋아하는 주제를 적절하게 풀어낸 영화가 즐겁고, 까불까불하기만 했던 이민기가 섹시하게 나와서 설레고, 좋아하는 손예진 언니가 공감가는 캐릭터로 나와서 방방 뜨고 말았다.



#1. 혼자만의 세상의 외로운 여자


여리는 외롭다. 귀신을 보고 귀신이 여리를 쫓아다니면서 괴롭힌다. 그래서 가족도 떠나고 친구도 만날 수 없다. 너무나 사랑하는데 가까이 할 수 없는 삶을 외롭고 쓸쓸하게 살고 있었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나름의 일상, 나름의 친구로 이렇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우연처럼 조구를 만나고 로맨스 영화답게 티격태격 말도 안되는 사건들로 서서히 가까워진다. 그러다가 복받힌 설움이 터져나왔다. 사실은 내가 괜찮지 않다는 것. 공공히 쌓아놓은 장벽이 와르르 무너졌다. 이제, 여리에게는 조구가 필요해졌다. 



"나 하나도 안 괴로워. 왜들이러는지 모르겠네? 나 행복해. 행복해. 행복해... 

몰라, 아니. 나 더 이상 웃을 자신이 없어. 나 너무 힘들어. 나 하나도 안 행복해. 

단 한 순간도 행복한 적 없었어. 평생이렇게 살다 죽을 거야.

 그 여자 말이 맞아, 어떤 남자다. 날 사랑할 수 있겠어? 

나한테 외롭지 않냐고 묻더라. 외롭지 않다고 했어. 혼자라서 행복하다고 했어.

 어떻게 내가 외롭지 않겠어? 며칠동안 단 한마디로 안 한적도 있어, 내가 죽은건지 살아있는건지도 잘 모르겠어. 

내가 맨날 행복하다 행복하다 그러는데 그렇게라도 안하면 정말 미칠거 같애. 죽을 거 같애. 

나도 행복하고 싶어. 나도 웃고 싶어."

 


 

#2. 당신의 연애를 방해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조구와 여리기 가까워지고 둘 사이에 감정이 오가고 관계가 깊어질 수록 귀신은 조구에게 선명히 보이고 더 강력하게 괴롭힌다. 처음 귀신을 본 조구는 여리를 두려워하고 거리를 두려다가도 여리를 찾게 되고, 여리는 계속해서 괴로워하는 조구에게서 멀어지기로 마음 먹는다.


꼭 귀신이 아니더라도 늘 나를 괴롭게 하는 내 안의 가시는 상대와 가까워 질수록 뚜렷해지고 상대방을 찌르기 마련이다. 간혹 내가 알지 못했던 내 안의 가시가 연애를 하다보니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진짜 연애는 존재와 존재의 만남이니까.

 

가시 돋은 내 진짜 얼굴을 보고도 도망치지 않을 이를 바라지만 사실은 내 진짜 얼굴 보이는 것은 참 두렵다. 나를 그대로 보이고도 거절당할 수 있으니까. 그렇지만 결국 상대방이 가시가 돋은 날 감당해주기를 바랄 수 밖에서 없다.

 

말도 안되는 조건이지만, 연애는 언제나 시작된다. 누군가는 나의 가시를 이겨내고 나를 만나고 싶어할 사람이 반드시 있다. 조구는 역시 여리가 보고 싶은 마음에 귀신에 대한 두려움을 뛰어넘는다. 그리고 사랑이 시작됐다.


 

#3. 당신과 함께라면 가볼 수 있는 나의 가장 어두운 곳

 

여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꼭 함께 가보고 싶었다"고 말하고 늘 무서운 소리가 나지만 겁이 나서 한번도 찾아가보지 못한   조구와 함께 창고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여리를 괴롭게 하는 귀신이나 더 두려운 무엇이 나올 것 같았던 그곳은 박쥐가족의 거처로 귀신도 나오지 않았고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둘은 손을 맞잡고 춤을 춘다. 더 없이 즐겁고 행복한 얼굴로.

 

나는 이것이  키스를 하고 섹스를 하는 것보다 더 제대로 된 연애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고 직면하기 힘들었던 내 마음의 어두운 곳을 연인의 손을 잡고 용기를 내 찾아가고, 내가 그토록 두려워하던 어두움은 함께 춤출 수 있는 박쥐가족이라는 걸 알게되는 일. 그리고 나조차 두려워하던 그곳에서 행복한 얼굴로 춤을 추는 일.

 


#4.사랑은 구원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디어, 차마 바래오지도 못한 사랑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귀신이 보이고 계속해서 여리를 공격하고 이제는 조구를 공격한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연애를 시작하면 모든 문제가 사라질 것 같고, 행복한 장미빛 나날이 지속될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모든 문제는 제 자리에 있으니까. 나와 내 상황이 변하지 않아 연애에도 영향을 주듯, 조구와 여리의 연애도 평탄치 않다. 

 

그리고 여리는 조구를 위해서 떠나려고 한다. 그에 대한 조구의 대답.


"나요 그날 죽을 뻔 했어요. 지금 살아있는게 기적이야, 알아요?

그리고 나 여리씨 만나는 거 정말 무서워요. 혼자 있으면 뒤에 누가 업힌거 같고 자혀고 누우면 누가 계속 나 보는 거 같고

불안해서 잠도 안오고 정말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나 이제 평생 두발 뻗고 못자요.

근데요, 당신은 어떻겠어. 내가 이 정돈데 당신은 어떻겠냐고...

당신이 혼자 있을걸 생각하니까 그냥 차라리 등에 귀신이 업히는 게 나아."


이 대사를 들으면서 눈물이 또르르 흘렀다. 조구가 귀신에 시달림에 떠나겠다는 선언을 할 것만 같아 마음을 조리고 있었다. 그런데 조구는 달랐다. 직면한 괴로움에서 여리의 아픔을 공감하고, 그동안 힘들었을 상대가 너무 가여워서 그래서 눈물을 흘리다니. 이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당신과 함께 할 때, 나의 괴로움도 당신의 괴로움도 사라지지 않지만 내 괴로움을 안고도 괴로워하는 당신이 안타까워서 눈물이 나는 감정. 상대를 소중히 하는 그 감정.


조구가 여리를 안타까워한다고 해도, 귀신의 저주는 끝나지 않았다. 귀신을 물리칠 수 없는 대신 여리와 조구는 귀신에 맞설 방법들을 생각하며 웃는다. 당신의 문제가 여기에 있다고 해도 떨쳐낼 수 없다고 해도 손을 잡고 웃는 것. 나의 문제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더 이상 외롭고 무섭지 않게 되는 것. 나는 이것이 귀신을 쫓아내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의 기적이라 믿는다. 




+) 이런 내용인데도 무서운 장면 제대로 무섭다

+) 그리고 굉장히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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