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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또다른이야기

[단편] strawberry fields forever


그녀가 말했다.


“너는 여자를 너무 좋아해.”


그는 말했다.


“나는 사람이 좋아, 혼자 있는 게 싫어, 그러니까 나는 사실 외로움을 못 견디는 거야.”


그녀는 동의했다, 그가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을, 그리고 혼자 있지 못한다는 것을. 고향 땅을 떠난 타지에서, 모두들 비슷비슷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그의 집에서는 매일 같이, 아니 하루걸러 하루씩 파티가 벌어지곤 했다. 누군가의 환영 파티, 또 다른 누군가의 송별 파티, 가끔은 생일 파티, 그리고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사소하고 작은 이유의 파티들로 그의 집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들끓었다.


그리고 파티가 없는 그 하루걸러 하루조차, 그는 혼자이고 싶지 않아했다. 그의 집 근처에 사는 세 사람의, 굳이 파티라고 부르려면 부를 수 있는 작은 모임. 때로는 운동을 하고, 때로는 드라이브를 했지만, 대체로 와인을 마셨다. 달달하고 가격이 좀 있는 화이트 와인부터, 세일 목록에 올라온 레드와인, 그리고 조리용으로 나온 박스 와인까지, 어느 날은 그녀가 이제는 와인이 입에 물린다며 투정을 할 정도로 거의 매일 밤을 와인을 마셨다.


세 사람이 서로를 나이에 관계없이, 성별에 관계없이 동네 친구1, 동네 친구2, 정도로 생각하게 되었을 때 즈음, 동네친구2가 자리를 비울 때면 그녀와 그는 가끔씩 단둘이 와인을 마셨다. 영화를 빌렸다. 주로 연식이 있는 로맨틱 영화로. 영화를 보기 시작할 때면 그녀는 소파에 그는 그의 침대에서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했지만 영화가 끝날 때는 침대 이 끝과 저 끝에 누워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녀는 사실, 그와 단둘이 와인을 마시던 첫날을 기억한다. 그의 여자 친구가 한국으로 돌아간 날, 그녀는 그와 우연히 길에서 만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가 창문을 열고 빨래를 널고 있는 길을 그녀가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그날이 그의 여자 친구가 떠난 날인지를 기억하고 있진 않았다. 그냥 인사치례 삼아, “와인 마실까?”하고 물었는데, 영화를 빌려 두었던 그가 “영화 보면서?”라고 대답했다.


그녀가 와인을 따르는 동안, 그는 영화를 보면서 울어버릴 심산으로 로맨틱한 영화를 잔뜩 빌려 두었다고 말했다. 그날만큼은 그녀도 동네친구1에게 살짝 조심스러운 마음을 품고 있었다. 친한 남자의 여자 친구가 떠난 날, 그와 단둘이 와인을 마시면서 로맨틱한 영화를, 한국도 아닌 타지에서 마신다는 것은 그녀에게 역시 위험하게 들렸다. 그도 역시 고마워하면서도 조심스러웠던 것 같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이만큼씩 떨어져서 와인을 마셨으니까.



작다면 작은 유학생 사회, 아니 이민 사회에서 그와 그의 여자 친구의 관계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의 여자 친구가 이곳에 도착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시작한 관계, 그리고 비교적 오래 머물러야 할 그와 한 달 뒤에 떠날 그의 여자 친구를 두고 곱지 않은 시선들이 오갔다. 그런 이야기들을 들을 때마다 그는 "whatever."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보란 듯이 여자 친구의 손을 잡고 거리를 걸었다.


그도 그의 여자 친구도, 그녀에게 흔치 않은 동갑내기 친구였지만, 그의 여자 친구와는 그다지 친해질 기회가 없었다. 그녀는 그의 여자 친구가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 타입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일까, 사실 그들의 관계에 대해 그다지 좋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언젠가 친한 언니와 이야기한 것처럼, 그는 그녀에게 진지해보였다. 제대하자마자 바로 떨어진 타지에서, 관심이 있는 듯 시작한 여자 친구의 농담에 언제부터인지 그는 진지해보였고, 그녀는 그 이유가 그가 언제나 사람에 굶주린, 외로움을 달고 사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여자 친구가 그만큼 진지하지 않다는 것을, 멀리 여행처럼 온 한 달 반 동안 보살펴주는 누군가가 있고 이곳저곳 발이 되어줄 그와 그의 차가 그녀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오직 그만 분명히 보지 못하는 이유도, 역시 외로움 때문이라고 그녀는 늘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단 한 번도 그에게 솔직하게 이야기 해주지 못했다. 그는 언제나 여자 친구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보였다. 데이트 코스, 괜찮은 식당, 괜찮은 이벤트 등을 종종 그녀에게 물어왔다. 그리고는 마음을 다 열지 않는 여자 친구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곤 했다. 그때 마다 그녀는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말들을 꾸역꾸역 넘겨버리고는 무난한 답변들을 해주었다, 파티에 초대 받은 다른 사람들이 그러는 것처럼. 가끔은 생각했다, 그도 아마 그 이유들을 알고 있을 거라고. 또 가끔은 생각했다, 그녀가 솔직한 생각을 말하면 혹시나 오해를 받을 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사심 없는 담백한 관계에 영향을 줄 거라고. 그녀는 연애가 끼이지 않은 그들의 관계에 만족하고 있었고, 그들의 관계가 로맨틱해지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날 와인 두병을 사들고 영화를 6편이나 빌려들고 그의 집으로 갈 때도 그녀는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그녀가 모처럼 짧은 치마를 입고 있다는 사실도 비가 내려서 추적추적 젖은 날씨에 흰 옷이 좀 젖었다는 것도, 그저 친한 동네 친구1을 만나러 가는 길에는 별로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그날은 그녀가 울고 싶은 기분이었다. 유학지에서 만난 그 누군가를 그녀는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었고, 그날은 그런 그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을 확신한 날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의 여자 친구가 떠나간 그날 그녀가 그에게 해준 것처럼, 사심 없는 이성 친구에게서 위로 받고 싶었다. 와인을 마시고 비디오를 보면서 아주 조금은 멜랑콜리한 기분에 잠기기도 하고, 그녀가 그에게 해줬던 가벼운 포옹을 돌려받고 싶었다.


그의 여자 친구가 떠난 날, 차마 공항에 나가지도 못하고 돌아온 그와 와인을 마시다가, 그녀는 그가 문득 안쓰러워졌다. 끝까지 여자 친구를 그리워하는 그가 여전히 답답하기도 했고, 그 혼자만 진실을 보지 못할 만큼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더 안쓰러웠다. 언제나 연애를 하지만 그 마음이 허전해서 언제나 외로움에 허덕이는, 그래서 그 연애조차 행복하지 못한, 한국에 두고 온 친구도 생각이 났다. 술김에 그랬는지 혹은 원래 엉뚱하게 대담한 성격 탓인지, 엄마처럼 손등을 토닥여주다가 그곳의 사람들이 인사로 하는 그것처럼 그를 살짝 안아주었다. 그리고 그 뒤로 둘 사이에는 모종의 의리 같은 것이 생겼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가장 힘든 시간을 함께 해준 내가 ‘아끼는’ 친구.



“영화는 못 볼 거 같은데, 어떻게 하지?”


그가 결국 세달 동안의 계약 기간을 끝내고 이사한 곳은 여행자 숙소였다. 그토록 이사를 나오고 싶어 했으면서도 막상 기간을 다 채우자 갈 곳이 없었다. 그녀도 지난 6개월 동안 벌써 3번의 이사에 지친 터라 딱히 해줄 말이 없었다. 임시로 들어간 곳이라지만 익숙한 그의 물건에 일일이 적힌 그의 이름을 보면서 조금 우습기도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어쩔 수 없지 뭐, 그냥 그건 집에 가져가서 볼게.”


그녀가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가고, 그 또한 이사를 간 뒤로는 처음가보는 그의 새 집이었다. 그녀는 한동안 뜸했던 그의 파티를 이해 할 수 있었다. 그의 새집인 숙소는 안전을 위해서 외부인 출입이 제한되어 있었다. 그래서 방문만 열고 나가면 바로 눈앞에 있는 테이블과 플레이어를 두고 그와 그녀는 그의 방에 숨어서 와인을 마셨다. 좁은 공간에 낮은 베드 테이블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곳이 편했다. 이사한지 얼마 안 되는 새 집의 참견 많은 집주인에게 한밤중에 술과 남자를 데려 온 이유를 영어로 설명하는 것보다는 마음이 훨씬 가벼웠다. 그리고 오늘만은 그녀도 혼자 있고 싶지 않은 너무나 허전하고 공허한 기분이었다.



원래는 두 사람을 위한 방을 아직 다른 사람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가 혼자 쓰고 있었다. 방이라고 불리는 공간이지만, 푹 꺼진 침대 두 개와 그 사이에 베드 테이블 그리고 침대 발치에 있는 벽장 하나가 전부였다. 침대 하나씩을 의자 삼아 앉고 베드 테이블을 테이블 삼아, 머그잔에 스파클링 와인을 담아 두니 왠지 서글퍼졌다. 지난 세달 동안 너무 많은 파티를 벌였다고 생각했던, 속아서 계약한 그의 다소 호화로운 집이 문득 아쉬워졌다.


달달한 와인에 신세한탄을 안주삼아서 머그로 한잔 두잔 비우다보니, 병이 바닥을 보이는 건 금방이었다. 그때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녀는 왜 마음이 아픈지에 대해서는 아직 한마디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영화를 보고 싶었던 마음이, 영화는커녕 음악도 없이 그와 단둘이 그리고 와인과 함께 있다 보니 어색한 마음에 그들은 끝임 없이 이야기 거리를 찾아 겉돌았다.



“이제 왜 그렇게 우울하신 지 말해 보실까요?”


결국 그가 뜬금없이 요점을 물었을 때, 그녀는 마음에 있는 말을 전부 하지 못하고 그저 주섬주섬 주어 섬기기만 할 뿐이었다. 아주 오래된 드라마를 보았는데, 헤어지고도 사랑하는 그들이 밉고도 부러웠다고, 함께 할 때도 제대로 사랑하지 못했던 그녀와 그녀의 그 누군가가 너무나 아쉽고 마음이 아파서 보내지 못하겠다고, 떨쳐내지 못하겠다고. 하지만 두서없이 쏟아 내는 통에 그녀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스스로도 알아듣지 못했고, 이미 그때 즈음에는 취해 있던 그는 언제나처럼 별것 아니라는 투로, 네가 잘못된 드라마를 보았다고, 이제는 끝났으니 다 잊어버리라는 그 뻔한 말을 반복했다.


보고 싶던 영화는 옆에 쌓아 둔 채로, 취하고 싶던 와인은 달달하기만 하고, 위로를 바랬던 친구는 마음을 몰라준 채로 무심하기만 하니 그녀는 더더욱 외로워져 이제 그만 집으로 가고 싶었다. 그리고 마음이 잔뜩 상해있는 그녀에게 일어난 다음 상황은 그녀가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가 그녀에게 키스하려고 했다.


그녀는 그와 키스하고 싶지 않았다. 동시에 친구라고 믿어왔던 그가 하는 행동에 실망스러웠다. 위로를 바랬던 친구가 남자로 변하자 당혹스러웠다. 아주 잠깐 혼란스러웠지만, 그녀는 곧 그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고 결정 내렸다. 지금 그는 남자고, 술을 마셨고, 눈앞에 여자가 있고, 그저 언제나 외로웠다. 그리고 그가 다시 한번 키스를 시도했을 때, 그녀는 그와 키스했다. 하지만 그가 그녀위로 올라와 그녀의 치마를 걷어 올렸을 때, 그녀는 그를 밀어내고 방밖으로 나왔다.


눈을 감고 생각하려고 애써보았다. 그녀는 그냥 여자고, 술을 마셨고, 눈앞에 키스하려는 남자가 있고, 지금 그녀는 너무나 외롭다고. 하지만 그녀는 여자였다. 친구와의 키스는 뒤끝이 씁쓸했다. 잊지 못한 누군가 때문에 마음이 공허한 채로 그저 친구인 남자에게 안기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 누군가와의 마지막 키스를 잃은 것 같은 기분에 괜시리 더 서글퍼졌다. 다시는 단둘이 와인을 마시지 않았다.



그가 동네친구2의 집으로 이사를 들어간 날, 집들이 삼아 만난 그들은 오랜만에 동네친구1과 동네친구2가 되어 드라이브를 하고 있었다. 몰아치듯이 내리는 비와 저녁이 돼서 어두컴컴한 거리, 간헐적으로 보이는 가로등 불빛과 자동차의 서치라이트, 그리고 서치라이트 불빛 밑으로 보이는 강한 빗줄기는 흡사 한국의 장마와도 같았다. 그래도 오랜만에 만난 친한 사람들의 대화로 차안의 분위기만은 흥겨웠다. 장대 같은 빗소리도 음악소리와 어우러져 오히려 적당한 소음이 되니 편안하지만 설레는, 기분 좋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오빤 술을 너무 좋아해 솔직히.”


“나 정말 담배도 끊을 수 있고, 여자 없는 것도 참을 수 있는 데, 술은 진짜 못 끊겠어.”


“그거 그 정도면 중독이야 오빠, 큰일이다 진짜.”


“진짜 형님은 술을 정말 사랑하지는 거 같아요.”


“맞아, 근데 솔직히 너는 여자 밝히잖아.”


아무 생각 없이 내뱉었을 동네친구의 말이 그녀로 문득 그날의 일들을 기억나게 했다. 기분이 묘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 중에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몰래하는 연애마냥 마음을 설레게 하는 구석이 있었다. 그도 지금 그 때의 일을 떠올리는 걸까하는 생각이 드는 반면, 그가 만약 지금의 대화 정도로 그 때의 일을 떠올리고 그녀처럼 묘한 마음을 느낄 정도의 사람이라면 그런 실수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그러니까 그는 결국 그냥 남자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문득 동네친구2도 이미 그 사건을 공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왠지 억울한 기분에 그에게 조금 자극을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녀가 말했다.


“너는 여자를 너무 좋아해.”


그는 말했다.


“나는 사람이 좋아, 혼자 있는 게 싫어, 그러니까 나는 사실 외로움을 못 견디는 거야.”


그렇게 내뱉은 말이 마지막 대화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조금 비뚤어진 마음에 내뱉은 말이었을 뿐이었으니까. 그녀에게 있어서는 난생처음 겪는 자동차 사고였다. 특별할 건 없었다. 차가 뒤로 움직인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어서 범퍼차를 탄 것처럼 쿵하고 부딪히는 느낌과 함께 얼굴에 갑자기 쥐가 올랐다. 무슨 일인지 미처 깨닫기도 전에 드라마에서나 본 것처럼 커다란 불빛과 함께 기억을 잃었다.



비 내리는 겨울 밤, 반대편 차선으로 달리는 일에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그는 속력을 냈다. 가로등도 없는 모터 웨이에는 그의 자동차의 서치라이트만이 빛났고, 겨울비 소리와 멋들어지게 어울렸다. 술을 마시지도 않았고 차량이 없어 걱정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고속도로에서 특히 후진이 미숙하던 그가 급격하게 후진을 했다. 그리고 그 속도 그대로 불을 켜지 않은 채 뒤 따라 오던 차를 들이 받았다.


한국에서조차 운전대를 잡아 본 적이 없는 그녀는 사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 그곳에 가로등은 있었는지, 뒤에 따라오던 차가 있었는지, 그들의 차는 서치라이트를 키고 있었는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따라서 세 사람 중 홀로 회복 되어가는 그녀가 받은 많은 질문에 그녀는 어떤 것도 대답할 수 없었다. 그때의 기억라고는 의사와 간호사들 그리고 가끔 보이는 경찰들의 대화에서, 그것도 간신히 알아듣는 외국어를 통해 병실에서 만들어진 것 같았다. 다만 그녀의 얼굴에 경련이 일던 순간, 그에게 뱉은 못된 말을 조금은 미안해했던 것도 같다. 그는 그녀가 내뱉은 말을 들었을까? 들었다고 해도 그것이 그의 마음에 남았을까? 혹시나 그의 이유 없는 후진의 원인이 그녀가 했던 말 한마디는 아니었을까.....?



죄책감을 가지기에는 너무 사소하고 모르는 척하기에는 너무 찝찝한 일이었다. 그보다는 그를 잃었다는 일이 실감나지 않았다. 관자놀이를 눌러오는 통증에 고통스럽게 눈을 뜰 때 마다 보이는 하얀색 병원 천장과 그 기억의 사이사이로 그를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허전하기는 했다. 그 허전함은 마치 그가 그녀에게 키스하던 날과 같아서 그가 죽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날의 친구를 잃었다는 슬픔은, 정확히 한 달 후 함께했던 그 드라이브로서 회복 되었듯 이번에도 시간이 지나면 그가 돌아올 것 같은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다.


그리고 또 다시 그때처럼 궁금했다. 그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때의 키스가 그녀에게 충격이었던 것처럼 그녀의 말 또한 그에게 상처를 주었을까? 그리고 그녀가 그 키스에 대해 그에게 물을 수 없었던 것처럼, 지금 역시 그에게 물을 수 없었다. 최소한 그가 그녀의 말을 들었는지 의식 없는 동네 친구1에게 물어보고도 싶었다. 친구의 의식이 돌아온다고 해도 그녀는 친구에게 말 할 수 없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이 그날의 키스와 같다고, 또 그것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했지만, 미묘한 슬픔과 죄책감은 떨칠 길이 없었다.


너무 많은 생각에 머리가 울렁거려 고통이 밀려왔다. 하얀 천장이 흐릿해지면서 눈이 감겨왔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녀는 이미 잃은 친구를 다시 잃었을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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