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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위로는 집어치워라 머저리들아. 오늘 아침, 엄마는 자고 있는 내 방문을 열고 단호박 찐 것과 삶은 달걀을 사식처럼 넣고 집을 나섰고 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얼마 안돼 아빠가 벌컥 내 방문을 열었다가 날 발견하고 놀라 문을 닫았다. 특별할 것 없는 주말의 일상일 수도 있겠지만 행간을 읽는다면 다른 이야기다. 첫째,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냉장고가 멈춰버린 집에 먹을 수 있는 것이 없고, 며칠째 나와 신나게 싸우고 있는 엄마는 어젯밤일이 미안해서 내게 먹을 것을 좀 주어야겠는데 거실에 두었다가는 아빠가 다 먹어치울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꼭 이럴 때만 나오는 다정하고 미안한 얼굴로 남몰래 사식을 넣듯 내 방에 구호물품을 넣어줬다. 둘째, 내가 잦은 성희롱과 말바꿈 등에 지쳐 퇴사하며 받아온 견과 60봉 셋트를 온 가족이 드나들며 집어.. 더보기
# 아빠와 나와 이선희 아빠는 이선희를 좋아한다고 했다. 아빠는 이선희의 노래도 좋아했지만 이선희도 좋아해서 엄마에게 그 같은 단발머리를 몇번이나 권했다고 했다. 엄마는 이 이야기를 몇번이나 했고, 언젠가는 아빠 앞에서 이 이야기를 하며 아빠를 흘겨본 적이 있다. 나는 그때 어렸음에도 좋아하는 여가수의 머리를 권하는 아빠의 행동이 퍽 우습다고 생각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를 흘기면서 이야기하는 엄마와 못들은 척 웃어 넘기는 아빠의 모습은 오랫동안 내 마음 속에 남았다. 그 장면을 떠올리면 마음 한쪽이 아련해졌고, 가끔 검은 단발머리를 볼때, 이선희를 닮은 고모 만났을 때, 이선희의 노래를 들을때마다 그랬다. 그래서 이선희의 신곡을 꼼꼼히 듣고 정말 좋다고 느꼈을 때, 아빠 생각이 났던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안방에 있는.. 더보기
give a shot 실제론 어떻게 쓰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게 give a shot의 의미는 try의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 Try가 말 그대로 '시도하다', '가능한지 한번 해본다'는 뜻으로 동네 산책하다 발견한 커다란 바위가 밀리나 안 밀리나 한번쯤 해보는 느낌이라면 Give a shot는 방금 막 총신을 벗어난, 맹렬하게 목표를 향하고 있는 마지막 총알이다. 별 생각없이 바위를 밀다가도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아서 한참을 낑낑 거리며 오기를 부릴 수 있다. 하지만 결국 몇번의 시도 뒤엔 툭툭 털고 가던 길을 마저 가면 된다. 그 일의 성패는 내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자고나면 지워질 정도의 일이다. 반면 결투 중이든 범인을 검거 중이든 모든 시도 후에 쏜 마지막 총알은 그것이 통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방법은 없.. 더보기